본문 바로가기

책, 교육 등 관련 정보

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을 읽어야할 때


안녕하세요. 오늘은 출판사 녹색광선의 따끈따끈한 신작,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출판사에 대해 짧게 소개를 하겠습니다. 출판사 녹색광선은 현재까지 네 권의 책을 낸 독립출판사입니다. 고작 네 권이 전부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각각의 작가명을 보는 순간 이 작은 출판사가 얼마나 멋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출판 순서대로 나열해보자면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 푸시킨의 ‘눈보라’ 그리고 뒤라스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입니다. 그 자체로 완성된 예술인, 선뜻 손을 대기 어려운 작품임이 틀림없음에도 작고 매운 녹색광선은 기어코 해냈습니다.

0000

개인적으로 책이 담은 가치 뿐 아니라 물질로서의 책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어중간하게 만든 책일 바에야 사지 말자, 차라리 환경을 보호할 겸 전자책을 사자는 나름의 신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종이를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표지 패브릭, 표지 컬러와 가름끈, 양장제본, 제목의 타이포그래피를 보고 있노라면 적잖이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이 정도는 되어야 구매와 소장을 할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책 소개>


본격적으로 오늘의 작가, 오늘의 책 거장 마르그리트 뒤라스‘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작가 소개]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1914~1996): 전후 프랑스 문학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 중 한 사람인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1914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식민지 담당부서의 공무원으로 지내다가 1941년에 퇴직, 문학과 예술 분야의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문화 활동에 뛰어든다. 1943년 유년기 아시아에서의 체험과 가족애를 소재로 한 첫 소설 『철면피들』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50여 년에 걸쳐 70편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하며 20세기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했다. 특히 1984년 공쿠르 상을 수상한 『연인』은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수백만 부가 팔렸고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마르그리트 뒤라스' 중 일부 발췌)

 

뒤라스는 의심할 것 없이 거장입니다. 그는 사랑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 했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곱씹을 수 있도록 문장과 글 사이까지도 호흡을 뒀습니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보는 내내 덥고 습했던 여름을 배경으로 사랑과 관계에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뒤라스와 얀>


뒤라스 하면 자전적 소설인 ‘연인’을 많이들 떠올립니다. ‘여름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와 5년간 편지를 주고받던 얀 르메가 우연히 처음 접한 작품이 바로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이기 때문입니다.

 

얀 르메는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6년 간 함께 지내며, 그의 말을 글자로 받아 적어 소설로 완성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을 읽는 순간 자신이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이 되고 싶었고, 책의 모든 문장을 모조리 다시 옮겨 적고 싶었다고 합니다. 얀르메는 마침내 그의 옆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16년을 함께 합니다.

이 소설은 바닷가 마을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중 한 쌍의 부부가 메인 주인공 역할을 합니다. 낮은 물론이고 바람 부는 밤조차 찌는 듯 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소금기 어린 바다 바람과 늘어질 정도의 습도만큼 이들 부부의 관계와 감정도 눅눅합니다. 심지어 새로운 연인의 등장조차 나른합니다.

어쩐지 읽는 내내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칼로 물을 벨 수 없듯 끊어내기도, 단절하기도, 외면하기도 불가능 한 끈적이는 사랑에 대해 내내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비단 줄거리뿐 아니라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도 끈적임이 있어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 없게끔 합니다. 완독까지는 호흡에 여유를 두고 긴 시간과 공을 들여야합니다.뒤라스 작품의 독특함과 천재성은 이 부분에서 빛을 발합니다.

 

<캄파리 한 잔 하실 분?>


매력 포인트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캄파리’라는 칵테일이 반복적으로 나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나오다보니 무시하기도 어려운 지경입니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싶어 검색을 해볼 정도입니다.

 

이 콘텐츠를 읽고 있는 분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꼭 한 번 검색해보시길 바랍니다. 술이 들어가면 몸에는 긴장이 풀리고 마음에는 빗장이 열리기 마련입니다. 소설 속 캄파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매끄럽게 이어주는 윤활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아이러니하게 무더운 여름보다 추운 겨울에 어울릴 책입니다. 스산함은 마음마저도 경직되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뒤라스가 보여주는 여름은 현실의 겨울도 잠시나마 잊게 합니다.

 

꼭 계절과 날씨뿐 아니라 마음이 굳었을 때 읽기에도 제격입니다.


<사심을 담아,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완독 후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 다음과 같은 분께 추천합니다.

  • 첫째, 최선을 다해 사랑을 한 이후 마음이, 감정이 고갈된 지 시간이 한참 지난 분

> 이 소설은 풋내 솔솔 나거나, 마냥 로맨틱한 뻔하디 뻔한 전개가 아닙니다. 오히려 끈적이고 농밀한 어른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시 연애 하고 싶다는마음이 들게끔 하기보다 연애를 하며 알게 된 나의 미숙함, 연애 이후 얻은 나의 성숙함에 대해 돌이켜보게끔 합니다.

  • 둘째, 한 사람과 오랜 연애를 경험한 분, 경험 중인 분

> 이 소설 뿐 아니라 뒤라스 작품의 다수, 어쩌면 전부는 절대적 의미의 사랑에 관해 언급합니다. 동시에 절대적인 것이 불가능함을 언급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지속 불가능한 낙원입니다.

 

주인공의 말을 빌려보자면 “세상 어떤 사랑도 사랑을 대신할 수 없다.” 꼭 들어맞는 말입니다. 관계가 오래되어 느슨해졌다면, 늘어짐을 느낀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랍니다.

 

다시금 활활 불태우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 진정 ‘칼로 물 베기’의 점성과 농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후기 겸 추천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