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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교육 등 관련 정보

필사하기 좋은 책 추천(2)


안녕하세요. 오늘은 '필사하기 좋은 책' 두 번째 추천 글입니다. 

 

매년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책장을 살랑살랑 넘기고 싶어 집니다. 평소에는 잘 들여다보지 않던 책도 꺼냈다 넣었다, 두어 장 넘겨보기도 하고 막연하게 서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더워 죽겠다.' 소리가 쏙 들어간 요 며칠, 잔잔한 노래 들으며 필사하기 좋은 날, 좋은 밤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필사를 어떻게 하는지, 필사가 왜 좋은지는 생략하고 두 권의 책 위주로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추천1. 김승옥 '무진기행'>

출처 - 알라딘

: 필사로 유명한 김승옥 작가 '무진기행'입니다. 민음사에서 발간한 '무진기행'은 단편소설인 무진기행을 포함해서 10편의 작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민음사는 이 책을 아래와 같이 소개했습니다.

감각적이고 섬세한 시선과 탁월한 언어적 기교를 통해 만들어진 김승옥 소설의 참신함은 '전후 문학의 기적', '감수성의 혁명', '단편소설의 전범' 등으로 일컬어지며 비평가들의 화려한 찬사를 받았고, 동시대는 물론 시대를 뛰어넘어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작가 김승옥은 이전 세대의 소설들이 지니지 못했던 독특함을 소설 속에 담았다. 그의 소설에는 기존의 도덕적 상상력과 윤리적 세계관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있었다. '사회'라는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감성과 감각을 치밀하게 묘사한 그의 작품들은, '한국 문학의 경향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출처 - 알라딘, 민음사

 

기적, 혁명, 찬사, 매료까지 화려한 수식어는 모두 붙은 무진기행. 무진기행의 필사하기 좋은 몇 구절을 소개하겠습니다.

 

 

'자기 세계'라면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몇 명 나는 알고 있는 셈이다. '자기 세계'라면 분명히 남의 세계와는 다른 것으로서 마치 함락시킬 수 없는 성곽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성곽에서, 대기는 연초록빛에 함뿍 물들어 아른대고 그 사이로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으리라고 나는 상상을 불러일으켜 보는 것이지만 웬일인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자기 세계'를 가졌다고 하는 이들은 모두가 그 성곽에서도 특히 지하실을 차지하고 사는 모양이었다.

그 지하실에는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 새 없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모두 그들이 가진 귀한 재산처럼 생각된다.

 

 

흐린 날엔 사람들은 헤어지지 말기로 하자.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가까이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겨주기로 하자.

나는 그 여자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라는 그 국어(國語)의 어색함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충동을 쫓아 버렸다.


그러나 나는 돌아서서 전보의 눈을 피하여 편지를 썼다.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 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바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제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다 놓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하였듯이 당신을 햇볕 속으로 끌어 놓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가 되는 대로 소식 드리면 당신은 무진을 떠나서 제게 와 주십시오. 우리는 아마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 나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 봤다.
또 한 번 읽어 봤다. 그리고 찢어 버렸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속에 앉아서 나는, 어디 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추천2.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출처 - 알라딘

: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한다 언급한 바로 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이 문장만큼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39세 젊은 나이에 자살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인간 실격'을 완성하였으나 출간까지는 지켜보지 못한 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무려 다섯 번째 자살 시도였습니다.

 

인간의 가장 나약한 부분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위로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인간 실격의 필사하기 좋은 몇 구절을 소개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저를 죽여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저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저도 익살로 아침부터 밤까지 인간들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다케이치의 말을 듣고 그때까지 그림에 대한 제 마음가짐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안이함과 어리석음.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추악한 것에 구토를 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흥미를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희열에 잠겼던 것입니다.

<이외의 추천 도서>

  • 피천득 '인연'
  • 나태주 '지금처럼 그렇게'
  • 법정스님 '무소유'

사실 어떤 책이든 그 순간 내 눈에, 내 마음에 와닿는 책이면 다 좋은 것 같습니다. 좋은 펜, 유명한 책, 비싼 재질의 종이가 뭐 그리 중요한가 싶습니다. 끄적이다 휙 버리게 되더라도 지금, 여기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필사하기 좋은 책 추천(2)'였습니다. 다음 포스팅으로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